지금 AI 일자리 위기를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26년 2월 셋째 주. 월가에 글 하나가 떨어졌다.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 Research)가 쓴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 2028년 6월에서 과거를 회고하는 형식의 이 에세이는 AI가 화이트칼라를 집어삼키고, S&P 500이 38% 붕괴하며, 실업률이 10%를 돌파하는 묵시록을 그렸다.
결과? 소프트웨어 주식 폭락. IBM 하루 만에 -13%. 도어대시, 아멕스, KKR, 블랙스톤 줄줄이 하락. 소프트웨어 섹터에서만 2조 달러 이상이 증발했다. (Fortune)
서브스택 블로그 글 하나가 실제 시장을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나흘 뒤, 켄 그리핀의 시타델 증권이 반격에 나섰다. “이건 경제학의 기본을 모르는 공상과학 소설”이라며 데이터로 무장한 반박 보고서를 공개했다. (Citadel Securities)
“AI가 세상을 바꾸긴 할 거다. 근데 하루아침에? 절대 아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이 광기의 뿌리를 파헤쳐 보자.
2025년, AI 공포가 싹텄다
이야기는 2025년 1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미국 빅테크의 심장을 찔렀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만든 AI 모델이 실리콘밸리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준 것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17% 급락했고, 시가총액 5,890억 달러가 증발했다. 역대 최대 단일 종목 시총 하락이었다. (Reuters)
“AI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 중국이 싸게 만들어 버리면 이 투자가 다 물거품 아닌가?”
이 질문이 시장을 관통했다.
같은 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폭탄이 터졌다. 이틀 만에 다우 4,000포인트 폭락, 5조 달러 증발. 코로나 이후 최악의 매도세가 월가를 덮쳤다. (NPR)
AI 버블 공포 + 관세 전쟁. 시장은 이미 극도로 불안한 상태였다.
그리고 5월, 결정적인 한 마디가 나왔다.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
“AI가 1~5년 내에 화이트칼라 초급 일자리의 50%를 없앨 수 있다. 실업률이 10~20%까지 치솟을 수 있다.” (Axios)
AI를 만드는 사람이 직접 경고한 것이다. 시장의 공포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내부자의 고백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해고가 시작됐다
2025년 한 해 동안 AI를 이유로 한 미국 내 해고는 54,836건. 전년 대비 332% 폭증이었다. (AI Layoffs Report)
WSJ은 10월에 “수만 개의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부터 타겟까지, AI가 실적이 아니라 ‘기대’만으로 사람을 밀어내고 있었다. (WSJ)
HBR은 더 냉혹한 분석을 내놨다. “기업들은 AI의 실제 성과가 아니라 AI의 ‘잠재력’ 때문에 해고하고 있다.” (HBR)
성과도 없는데 사람부터 자르는 상황. 이게 공포를 증폭시켰다.
그리고 2026년 2월 26일, 잭 도시의 Block이 방아쇠를 당겼다. 직원 40%, 4,000명 이상을 해고하면서 이유를 대놓고 “AI”라고 말했다. 도시는 주주 서한에 이렇게 썼다. “대부분의 회사가 늦었다고 생각한다.” 주가는 그날 20% 급등했다. (Forbes)
사람을 자르면 주가가 오르는 시대. CEO들에게 보내는 신호는 명확했다.
서브스택 에세이 한 편의 위력
이 모든 공포가 쌓인 상태에서, 시트리니의 에세이가 나왔다.

에세이의 핵심 시나리오는 이랬다. AI가 코드를 스스로 짜면서 인간 개발자를 대체한다. 기업은 절감한 비용으로 더 많은 AI를 산다. 더 많은 해고. 더 많은 AI 투자. 지옥의 피드백 루프다.
고소득 화이트칼라가 실직하면? 13조 달러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흔들린다. SaaS 기업들이 줄도산한다. GDP는 오르는데 돈이 인간 경제에는 돌지 않는 유령 GDP(Ghost GDP) 시대가 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소프트웨어 주식이 고점 대비 1/3 수준으로 추락했다”고 썼다. (The Economist)
노아 스미스(Noahpinion)는 냉정하게 분석했다. “비자, 마스터카드 애널리스트들이 정말 AI 위험을 한 번도 생각 안 했을까? 아니다. 이건 블로거가 시나리오를 써줬더니 패닉 셀링이 ‘조율’된 것이다.” (Noahpinion)
같은 주, Anthropic이 Claude Code로 67년 된 COBOL 코드를 현대화할 수 있다고 발표하자, IBM 주가가 하루 만에 13% 폭락했다.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최악의 하루. 시총 400억 달러 증발. (Reuters)
연준까지 나섰다. 2026년 스트레스 테스트에 ‘AI 버블 붕괴’ 시나리오를 포함시킨 것이다. 주가 54% 폭락,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시나리오를 은행들에 테스트했다. (Seeking Alpha)
연준 이사 리사 쿡은 “AI가 미국 노동시장에 세대적 전환을 촉발하고 있으며, 단기적 실업 상승이 가능하다”고 공식 발언했다. (Reuters)
공포가 현실과 섞이기 시작했다.
역사를 모르면 공포에 진다
그런데 시타델 증권은 완전히 다른 그림을 제시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 데이터를 봐라, 오히려 늘고 있다
시트리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일자리가 이미 붕괴 중”이라고 했다.
시타델이 인디드(Indeed) 구인 데이터를 직접 뜯어봤다. 결과? 2026년 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11% 증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고 있었다.
비유하면 이런 거다. 누가 “빵집이 다 망하고 있다!”고 외치는데, 실제로 가게를 돌아보니 빵집 수가 작년보다 더 많은 상황.
인디드(Indeed) 구인 데이터 분석 결과, 2026년 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요는 전년 대비 11% 증가. 세인트루이스 연준에 따르면 업무용 생성형 AI 일상 사용 비율은 ‘예상외로 안정적’이며, 대체 징후가 거의 없었다. (St. Louis Fed)
“AI가 무한히 확장된다고?” → 전기와 서버가 무한한 줄 아나
시트리니의 핵심 공포는 이거였다. “AI가 스스로 코드를 짜고, 그걸로 더 똑똑해지고, 또 사람을 대체하고, 멈출 수 없는 루프에 빠진다.”
시타델의 답은 심플하다. 물리적 한계가 있다.
AI를 돌리려면 거대한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다. 데이터 센터를 돌리려면 어마어마한 전기가 필요하다. 지금 빅테크가 AI에 쏟는 돈이 연간 7,000억 달러인데, 이 규모로도 화이트칼라를 전부 대체하기엔 연산 능력이 한참 부족하다.
쉽게 말하면 이런 거다.
AI라는 자동차가 아무리 빨라도, 주유소(전기)와 도로(서버)가 부족하면 달릴 수가 없다. 그리고 주유소와 도로를 짓는 데는 돈과 시간이 든다.
더 결정적인 포인트가 있다. AI를 쓰는 비용이 사람을 고용하는 비용보다 비싸지는 순간이 온다. 그 지점에서 기업은 당연히 “그냥 사람 쓰는 게 싸네” 하고 멈춘다. 경제 논리 자체가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AI가 순식간에 퍼질 거라고?” → 기술은 원래 천천히 퍼진다
시트리니의 시나리오는 AI가 2년 안에 화이트칼라를 전부 대체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시타델은 이렇게 반박했다. 모든 기술은 ‘S자 곡선’을 따른다.
이게 뭔가 하면, 이런 거다.
스마트폰을 떠올려 보자. 2007년에 아이폰이 나왔다. 혁명적이었다. 그런데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쓰기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처음엔 얼리어답터만 쓰고, 서서히 퍼지고, 한참 뒤에야 포화된다.
인터넷도 그랬다. 전기도 그랬다. 자동차도 그랬다.
AI도 예외일 수 없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실제로 모든 회사가 도입하고 모든 업무에 적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화이트칼라를 완전히 대체하려면 지금의 몇 배에 달하는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 빅테크의 AI 설비투자(capex)는 2026년 7,000억 달러에 달하는데(Fortune), 이 규모로도 아직 전면 대체는 불가능하다. 컴퓨팅 비용이 인건비를 넘어서는 순간, 자동화는 자연스럽게 멈춘다. 물리법칙이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AI가 순식간에 퍼질 거라고?” → 기술은 원래 천천히 퍼진다
시트리니의 시나리오는 AI가 2년 안에 화이트칼라를 전부 대체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시타델은 이렇게 반박했다. 모든 기술은 ‘S자 곡선’을 따른다.
이게 뭔가 하면, 이런 거다.
스마트폰을 떠올려 보자. 2007년에 아이폰이 나왔다. 혁명적이었다. 그런데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쓰기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처음엔 얼리어답터만 쓰고, 서서히 퍼지고, 한참 뒤에야 포화된다.
인터넷도 그랬다. 전기도 그랬다. 자동차도 그랬다.
AI도 예외일 수 없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실제로 모든 회사가 도입하고 모든 업무에 적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모든 기술은 S자 곡선을 따랐다. 처음엔 느리고, 중간에 가속되고, 결국 포화된다. 기술이 생산 단가를 낮추면 가격이 하락하고,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은 올라가고, 이윤은 재투자되거나 세금·배당으로 경제에 흘러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칼을 꽂았다.
200년째 반복되는 실수
“기술이 경제를 망친 적이 있나?”
1930년,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예언했다. “생산성이 너무 올라서 21세기 인간은 주 15시간만 일할 것이다.” (Yale/Keynes PDF)

생산성은 올랐다. 맞았다. 하지만 인간은 15시간만 일하지 않았다. 틀렸다.
인간은 ‘충분하다’를 모르는 존재이다.
왜? 생산성이 올라서 더 싼 제품이 나오면, 인간은 ‘남는 돈’으로 이전에 상상도 못 한 새로운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앤비, 인스타그램
이런 산업은 인터넷 전에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았고, 이동했다.
이건 더 오래전에도 벌어졌다.
1811년, 영국 노팅엄셔. 방직공들이 자동 직기를 부쉈다.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다.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망치를 들었다. (History.com)

산업혁명 시기, 영국의 1인당 GDP는 올랐다.
하지만 노동자 임금은 50년 넘게 정체됐다. 경제학자 로버트 앨런은 이걸 엥겔스 정지(Engels’ Pause)라고 불렀다.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1840년대에 맨체스터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목격하고 기록한 것에서 따온 이름이다. (The Guardian)
그리고 지금,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똑같은 현상을 관측하고 있다. “최근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기업 이윤으로 쌓이고 있으며, 노동 소득의 GDP 비중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Fortune)
시타델은 말했다. “시트리니는 케인즈가 저질렀던 인간 욕망의 탄력성을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러다이트는 틀렸다. 케인즈도 틀렸다. 하지만 그들이 틀렸다고 해서, 전환기에 고통이 없었던 건 아니다.
패턴은 항상 같다.
기술이 비용을 낮춘다 → 물건 가격이 떨어진다 → 소비자의 주머니에 돈이 남는다 → 그 돈으로 새로운 걸 산다 → 새로운 산업이 생긴다 →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닷컴 버블, 가장 가까운 거울
2000년 3월, 나스닥 정점. 이후 78% 폭락. (Britannica)
산타클라라 카운티 실업률은 7%까지 치솟았고, 실리콘밸리 기술 고용은 수년간 회복하지 못했다. (BLS)
하지만 인터넷은 사라지지 않았다. 거품이 걷힌 자리에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이 일어섰다.

Fortune은 “AI 버블과 닷컴 버블의 유사성”을 분석하면서도, 핵심 차이를 짚었다. 닷컴 기업들은 매출이 없었다. AI 기업들은 실제 매출이 있다. 엔비디아는 2025년에 시총 5조 달러를 돌파했다. (Reuters)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에 대한 ‘기대의 속도’와 ‘현실의 속도’ 사이의 괴리다.
진짜 위험은 어디에 있나
시타델도 시트리니도 말하지 않은 게 있다.
시타델은 “괜찮다”고 했고, 시트리니는 “망한다”고 했다. 둘 다 극단이다. 역사가 알려주는 진짜 패턴은 그 사이에 있다.
첫째, 엥겔스 정지는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생산성은 오르는데 임금은 정체된다. BofA 데이터가 이걸 보여주고 있다. 산업혁명 때 이 정지 기간은 50년이었다. AI 시대에는 기술 확산이 훨씬 빠르니까, 이 정지 기간이 짧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짧은 기간에 고통은 더 집중될 수 있다.
둘째, Block의 40% 해고가 신호탄이다.
잭 도시는 대놓고 “AI 때문”이라고 했고 주가가 20% 올랐다. CEO들은 학습한다. “AI 구조조정을 선언하면 시장이 보상해 준다.” 이 인센티브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해고는 가속된다. HBR이 말한 것처럼, AI의 실제 성과가 아니라 잠재력에 대한 기대만으로 사람을 자르는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다.
셋째, 연준이 AI 버블 붕괴를 스트레스 테스트에 넣었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연준은 가능성이 0%인 시나리오를 테스트하지 않는다. 주가 54% 폭락이라는 극단 시나리오를 은행에 테스트시킨 건, 내부적으로 이 리스크를 현실적 꼬리 위험(tail risk)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뜻이다.
넷째, 진짜 위험은 종말이 아니라 양극화다.
AI를 소유한 자와 AI에 대체된 자 사이의 간극. 이건 시트리니가 말한 ‘유령 GDP’의 부분적 버전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 전체 경제가 붕괴하지는 않지만, 특정 직군과 특정 소득 계층에 충격이 집중되는 시나리오. 산업혁명 때 맨체스터 노동자들이 겪었던 것과 정확히 같은 패턴이다.
다섯째, 7,000억 달러 AI 투자 붐 자체가 양날의 검이다. 이 돈이 실제 매출로 돌아오면 황금기. 안 돌아오면 닷컴 버블 2.0. 현재 빅테크의 잉여현금흐름이 최대 90%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Campaign US) 투자의 회수 여부가 향후 12~18개월 내에 판가름 난다.
결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역사의 교훈은 명확하다.
러다이트는 기계를 부쉈지만 기계는 멈추지 않았다. 케인즈는 인간이 쉴 거라 했지만 인간은 새로운 욕망을 만들었다. 닷컴 버블은 터졌지만 인터넷은 세상을 바꿨다. 엥겔스 정지 기간에 GDP는 올랐지만 노동자는 50년을 고통받았다.
AI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술은 멈추지 않는다. 새로운 산업이 생긴다. 경제는 결국 적응한다.
하지만 결국이라는 말에는 시간이 들어있다. 그 시간 동안, 누군가는 대체되고, 누군가는 전환에 실패하고, 누군가는 정지 기간의 고통 속에 갇힌다.
시타델이 맞을 수도 있고, 시트리니가 부분적으로 맞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누가 맞느냐가 아니라, 그 전환기를 어떻게 건너느냐다.
지금 가장 위험한 건 종말론에 빠지는 것도, 낙관론에 취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 준비 없이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