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최가온 선수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다가 한참을 멈춰 있었다. 17살짜리가 척추 골절을 겪고 돌아와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1차 시도에서 나가떨어지고, 2차도 실패하고, 다리 절면서 3차에 올라가서 90점을 넘겼다.
시상대에서 “엄마!” 외치는 장면에선 괜히 우리 딸래미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감동은 감동이고, 이거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꽤 많이 들었다.
최가온 척추 세 번 수술한 17살, 몸이 얼마나 버텨줄까
저 선수 척추 골절이라는 게 보통 부상이 아니잖아.
수술을 세 번이나 했다는데, 17살 몸에 그 정도 무리가 간 거면 앞으로가 좀 아득하다.
허리 한번 나가면 어떻게 되는지, 굳이 설명 안 해도 될 나이들 아닌가.
클로이 김도 결국 부상 때문에 전성기가 짧았는데, 이 선수는 좀 다르게 됐으면 싶다.
체육계가 어린 선수 성과 뽑아놓고 몸 망가지면 조용해지는 거, 어제오늘 일은 아니니까.

그리고 설상 종목이라는 게 우리나라에서 인프라가 거의 없지 않나.
하프파이프 연습할 데가 국내에 제대로 있긴 한 건지 모르겠다.
결국 외국 나가서 훈련해야 하는 구조인데, 금메달 하나 딴 뒤에 반짝 지원해주다가 슬그머니 손 놓는 패턴이 또 반복되지 않을까.
김연아 이후로 피겨가 어떻게 됐는지, 뭐 다들 기억하고 있을 거다.
학부모 카톡방은 이미 움직이고 있을 거다
눈 빠른 사람들은 벌써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겠지.
최가온 선수 금메달 효과로 스노보드, 특히 키즈 스노보드 시장이 슬슬 커질 수 있는 타이밍이다.
“우리 애도 스노보드 시켜볼까?”
이 말이 지금쯤 전국 학부모 카톡방 어딘가에서 돌고 있지 않을까 싶다.
클로이 김 때 미국에서 스노보드 붐이 왔던 것처럼, 비슷한 흐름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스노보드 장비 관련주, 겨울 스포츠 레저 관련 종목들은 한번 들여다볼 만하다.
강원도 쪽 스키 리조트들도, 최근 몇 년 실적이 좀 주춤했는데 이런 이벤트 하나면 시즌 마감 전에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하프파이프 체험 같은 프로그램 만드는 리조트가 있다면 꽤 재밌는 그림이 나올 것 같고.
좀 더 넓게 보면, 올림픽 금메달이 나왔는데 시설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정부 입장에서도 가만히 있기가 어렵다.
설상 종목 인프라 쪽으로 예산이 풀릴 가능성이 있고, 그 주변으로 돈이 도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
기권하라는 말을 듣고도 다시 올라간 3차 시도
근데 이 선수 경기 보면서 자꾸 머릿속에 남는 장면이 있다.
1차에서 크게 넘어지고, 주변에서 다 기권하라고 했을 때 다시 올라간 거.
한번 크게 나가떨어진 뒤에 다시 같은 자리에 서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살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사업이든 투자든 직장이든, 다시 링 위에 올라가는 그 순간이 제일 무겁다.
척추가 부러졌던 사람이 다리를 절면서 올라가서 금메달을 땄다.
그걸 보고 나니까 요즘 이것저것 안 풀리면서 슬슬 뒷걸음질 치고 있던 내 모습이 좀 떠올랐다.
“스노보드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고 했다던데.

뭐, 각자 그런 게 하나쯤은 있지 않나.
최가온 선수 앞으로가 더 궁금해진다.
몸 건강하게, 오래 탔으면 좋겠고.
이번 금메달이 한국 스노보드 전체한테도 뭔가 남기는 게 있었으면 한다.
이런 뉴스가 가끔 나와줘야, 저녁에 폰 내려놓는 기분이 좀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