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1일 밤, 한 통의 트윗
2월 21일 밤,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에 글을 올렸다. “다주택과 임대사업을 압박하면 전·월세 부족으로 서민주거 불안이 심화된다는 주장은 기적의 논리.”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다주택자 규제로 전월세 불안이 재연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에게 있다”는 논평을 낸 바로 그날이었다.
이 한 마디가 나오기까지, 한국 부동산 시장에는 탄핵, 정권교체, 집값 폭등, 연이은 초강수 규제, 그리고 대통령의 전례 없는 SNS 전쟁이 있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풀어보자.
규제 완화의 시대, 윤석열 정부의 유산 (2022~2024)
이야기는 202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일인 5월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강화된 다주택자 규제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에 30%포인트를 가산해 최대 75%(지방소득세 포함 82.5%)에 달했던 양도세 중과가 “시장을 지나치게 옥죈다”는 판단이었다.
이 유예 조치는 해마다 연장됐다. 2023년, 2024년에도 종료 시점이 다가올 때마다 시행령으로 연장을 거듭했다. 규제지역은 대폭 해제됐고,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도 완화됐다. “규제를 풀면 시장이 자율적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기조였다.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2024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5% 상승하며 반등의 신호탄을 쏘았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쏠림은 가속됐고, 지방과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관련 기사:
계엄과 탄핵, 부동산 시장이 멈추다 (2024년 12월~2025년 4월)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라는 전례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12월 14일 국회가 탄핵 소추안을 의결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얼어붙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2월 들어 급감했고, “대선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관망세가 짙게 드리웠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인용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쪽으로 정리됐지만, 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다음 대통령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하나로 모아졌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규제의 방향이 180도 달라진다.”
관련 기사:
이재명 당선과 “부동산과의 전쟁” 선포 (2025년 6월)
2025년 6월 3일 조기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선 기간 중 이재명 후보는 “다주택자 규제 부활”, “투기 근절”, “공공임대 확대”를 핵심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종합부동산세 개편,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규제 완화를 강조한 것과 정반대의 방향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전후로 서울 아파트값은 이미 가파른 상승세에 올라타 있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2025년 한 해 동안 47주 연속 상승하며 연간 누적 상승률 8.98%를 기록했다. 이는 2006년 이후 19년 만의 최고치였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8.03%), 2021년(8.02%)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취임과 동시에, “부동산과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관련 기사:
연이은 초강수, 6·27, 9·7, 10·15 부동산 3연타 (2025년 여름~가을)
이재명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전례 없는 속도로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1탄: 6·27 대책 (2025.6.27) “대출의 빗장을 걸다”
취임 24일 만에 나온 첫 대책은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 주담대를 전면 금지했다. 전세·신용대출 규제까지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28번의 부동산 규제를 다 합친 것만큼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2탄: 9·7 대책 (2025.9.7) “공급의 청사진을 펼치다”
두 번째 대책은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 호, 연평균 27만 호(과거 대비 1.7배) 신규 착공을 목표로 제시했다. LH가 직접 시행에 나서는 방식이었다. 동시에 LTV 상한을 40%로 축소하고, 임대사업자 주담대를 전면 금지하는 수요 억제책도 병행했다.
3탄: 10·15 대책 (2025.10.15) “서울 전역에 삼중 자물쇠”
세 번째 대책은 결정타였다. 서울 25개 구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 지정하는 ‘삼중 규제’를 단행했다. 15억 원 초과 주택의 주담대 한도를 6억에서 2~4억 원으로 더 줄였다. 윤석열 정부 시절 사실상 해제됐던 규제 망이 한순간에 수도권 전역에 다시 씌워졌다.
관련 기사:
대통령의 SNS 전쟁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 (2026년 1~2월)
2026년이 밝자, 이재명 대통령은 전례 없는 방식으로 부동산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 무기는 엑스(X)였다.
1월 23일 새벽, 첫 번째 탄환이 날아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의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불과 이틀 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금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해 안도했던 다주택자들은 당혹했다.
1월 25일, “팔면서 내는 세금보다 들고 버티는 세금이 더 비싸게 느껴질 것.” 보유세 인상까지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는 선언도 이때 나왔다.
2월 초, 주말 사이에만 7건의 SNS 게시물을 쏟아내며 “망국적 부동산 투기,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근절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서울 전체 매물이 전달 대비 6% 늘었고, 송파·성동 등은 20%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거래량은 25% 급감해, “매물은 넘치는데 아무도 사지 않는” 기묘한 풍경이 연출됐다.
2월 3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부동산은 사회발전을 통째로 가로막는 암적인 문제“라며,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재확인하고 다주택자에게 “마지막 퇴로”를 열어주되 3~6개월의 유예 기간만을 부여했다.
관련 기사:
제6장: ‘부동산감독원’ — 투기와의 전쟁에 칼을 쥐다 (2026년 2월)
메시지만으로는 부족했다. 2월 8일, 당정협의회에서 국무총리 산하 ‘부동산감독원’ 설립이 확정됐다. ‘부동산판 금융감독원’을 만들어,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조사 수사권까지 부여하겠다는 것이었다.
2월 10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47명이 공동발의로 설치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7개월 만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빅브라더”라며 맹비난했지만, 여당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관련 기사:
마지막 카드, 기존 대출 연장까지 옥죈다 (2026년 2월 19~20일)
양도세, 규제지역, 감독원 카드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시장은 흔들렸지만, 다주택자 일부는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이유가 있었다. 이미 받아둔 대출의 만기 연장은 신규 대출 규제와 별개로 계속 가능했기 때문이다. 대출을 갚지 않고도 집을 계속 보유할 수 있는 ‘생명줄’이었다.
2월 19~20일, 이재명 대통령은 이 생명줄마저 끊는 지시를 내렸다.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다주택 구입에 가하는 대출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을까.”
금융당국은 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LTV 0%(사실상 대출 불허)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이건 진짜 마지막 퇴로를 차단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관련 기사:
“기적의 논리” 국민의힘의 반격과 대통령의 응수 (2026년 2월 21일)
이 모든 규제가 쏟아진 직후, 국민의힘이 정면 반격에 나섰다. 2월 21일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냈다. “다주택자 규제로 임대 공급이 위축되고 전월세 불안이 재연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에게 있다.”
야당의 논리는 이랬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그 집에 살던 전·월세 세입자는 갈 곳을 잃는다. 임대사업자가 사업을 접으면 전·월세 공급이 줄어든다. 결국 서민의 주거가 위험해진다. 일부 보수 언론도 이 논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바로 그날 밤,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에 직접 반박문을 올렸다. 그가 쓴 핵심 논리는 이것이었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지만, 그 집을 매수한 무주택자가 전월세 수요에서 빠지므로 수요도 동시에 줄어든다. 공급 감소만 부각하고 수요 감소를 무시하는 것은 “기적의 논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수많은 정상화 과제 중 으뜸은 부동산 투기 청산. 부동산 투기 근절을 통한 정상 국가로의 복귀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대 국가 과제.”
관련 기사 (본 기사):
5월 9일로 달리는 중
지금, 2026년 2월 22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약 76일이다. 시장에는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분당의 매물은 한 달 새 24% 급증했고, 서울 곳곳에서 가격을 낮춘 급매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 규제에 묶인 매수자들은 움직이지 못한다. 거래량은 급감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에도 양도세 중과를 시행했지만, 다주택자들은 증여로 우회했고, 매물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집값이 8% 넘게 뛰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금은 다르다”고 말한다. 조정대상지역 증여 취득세율이 3.5%에서 12%로 올랐고, 시가 기준 과세 체계까지 도입돼 우회 비용이 4배 이상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년 8개월간 대출 규제, 규제지역 확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부동산감독원 설치, 기존 대출 연장 규제까지 가용한 거의 모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야당은 “전 월세 대란이 올 것”이라 경고하고, 대통령은 “기적의 논리”라 일축한다.
5월 9일, 그 날의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 한쪽은 “매물 폭탄이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라 기대하고,
- 다른 한쪽은 “전월세 대란의 서막이 될 것”이라 우려한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은 정권교체 이후 가장 격렬한 이념적 정책적 충돌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