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 카메라 하나가 6억 인구를 건드렸다
솔직히 처음에 이 소식 접했을 때
“뭐 팬들끼리 싸우는 거겠지” 하고 넘겼다.
그런데 가만 보니까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DAY6 콘서트에서
일부 한국 팬들이 대포 카메라를 들고 찍다가
현지 보안요원이랑 충돌한 게 시작이었다.
공연장 규정에 금지된 장비를 버젓이 들고 와서
제지당하니까 거기서 실랑이가 벌어진 거다.
이 영상이 SNS에 딱 올라가는 순간부터 상황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매너 없네” 수준이었는데,
알고리즘이란 놈이 자극적인 걸 물어다 나르니까
순식간에 “한국인 = 오만한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내가 보기에 이건 그 카메라 든 몇 명의 문제가 아니다.
SNS 시대에 개인의 행동이 국가 이미지로 직결되는 구조,
그 자체가 문제의 본질이다.
양쪽 다 선 넘었다, 그건 인정하자
그 다음이 더 심각하다.
한국 일부 네티즌들이 동남아 여성을 오랑우탄에 비유하는 이미지를 올렸는데,
그게 8,300만 조회수를 찍었다.
8,300만이다.
거기에 경제 수준 비하, 외모 조롱까지 쏟아냈다.
당연히 동남아 쪽도 가만있지 않았다.
“성형괴물”, “닭장 아파트”, “자살률 높은 나라”
이런 식으로 맞받아쳤고,
나중엔 세월호 참사 사진이나 유관순 열사 사진까지
조롱 목적으로 올렸다.
솔직히 양쪽 다 선을 넘었다.
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니까
이건 누가 먼저 잘못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알고리즘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우선 노출시키는 구조에서
소수의 극단적 의견이 전체 여론처럼 보이게 되는 것,
이게 진짜 무서운 부분이다.
대다수 동남아 사람들이 한국을 미워하는 것도 아니고,
대다수 한국 사람들이 동남아를 무시하는 것도 아닌데,
양쪽의 극단이 서로를 대표하는 것처럼 싸우고 있는 거다.
SEAbling 이름이 붙는 순간, 판이 달라졌다
2월 중순부터 상황이 질적으로 달라졌다.
동남아 네티즌들이 SEAbling이라는 구호를 만들어냈다.
Southeast Asia + sibling,
말 그대로 “동남아 형제자매”라는 뜻이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까지 합류했다.
내가 주목하는 건 이 단어 자체가 가진 힘이다.
그냥 흩어져서 욕하던 것과 구호가 생긴 건 차원이 다르다.
예전에 홍콩, 대만, 태국이 중국 네티즌에 맞서 밀크티 동맹을 결성했던 것처럼,
동남아 사람들이 지역 정체성을 내걸고 뭉치기 시작한 거다.
구체적인 불매 행동도 나왔다.
“삼성폰 버리고 샤오미 쓰겠다”,
“화웨이로 갈아타겠다”,
“K드라마, K팝 소비 중단”
K-pop 앨범을 잘라버리는 영상까지 돌아다닌다.
자카르타포스트 같은 동남아 주요 매체가 사설까지 쓰면서 이 움직임을 조명했고,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보도했다.
즉, 이건 이미 온라인 수다 수준을 넘어서 언론이 다루는 사건이 된 거다.
진짜 돈이 걸린 이야기, 동남아 시장 46조원
자, 여기서부터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다.
감정싸움은 감정싸움이고,
나는 이 사태가 “돈”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본다.
동남아 화장품 시장 규모가 약 350억 달러,
한화로 46조원이다.
2024년 기준 한국 화장품 수출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13%이고,
수출 상위 15개국 안에 아세안 5개국이 들어가 있다.
베트남 5위, 태국 8위, 싱가포르 10위,
말레이시아 11위, 인도네시아 13위.
삼성전자는 말할 것도 없고,
K-뷰티, K-엔터테인먼트 전부 동남아에서 먹고사는 구조다.
지금 이 불매 분위기가 3개월만 지속돼도 분기 실적에 흔적이 남는다.
6개월이면 “한국 브랜드 = 논란 브랜드”라는 낙인이
현지 소비자 인식에 박힐 수 있다.
불매는 치명적이지만 영원하지 않다
내가 이 상황을 보면서 자꾸 떠올리는 게
2019년 우리가 일본한테 했던 노재팬 불매운동이다.
그때 유니클로 한국 매출이 한 달 만에 70% 급감했고,
2020년에는 883억원 적자를 냈다.
일본 맥주 수입액도 98.8%까지 떨어졌다.
진짜 무시무시한 숫자였다.
그런데 그 유니클로가
2024년에는 매출 1조원대 회복 전망이 나왔고,
일본 여행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불매 참여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2020년 71.8%에서 2022년 60%로 떨어졌다.
여기서 내가 배운 교훈은 명확하다.
불매운동은 단기적으로 치명적이다.
그런데 영원하지는 않다.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는 결국 품질과 가격으로 돌아온다.
다만, 그 “단기”가 기업한테는 몇 분기치 실적이고,
개인한테는 투자 판단의 타이밍이 된다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나한테 이게 무슨 의미냐
나는 이 사태를 보면서 “안타깝다”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걸 어떻게 내 이득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당장 겉으로 보이는 건 위기다.
한국 엔터 주가가 흔들릴 수 있고,
K-뷰티 수출 실적이 한두 분기 꺾일 수 있고,
삼성 동남아 점유율이 흔들거릴 수 있다.
그런데 노재팬 때를 보면,
불매 직후 바닥을 찍은 기업들이
이후에 더 강하게 회복했다.
유니클로는 적자 883억에서
몇 년 만에 흑자 1,147억으로 돌아왔다.
위기 때 가격이 떨어진 자산을 줍는 사람이
결국 돈을 벌었다.
내가 지금 주시하는 건 세 가지다.
첫째,
동남아 매출 비중이 높은 한국 화장품, 엔터 기업 주가가
이 이슈로 과도하게 눌릴 때, 매수 기회가 올 수 있다.
둘째,
동남아 현지 대체 브랜드나 중국 브랜드(샤오미, 화웨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으니 그쪽도 눈여겨볼 만하다.
셋째,
한국 기업들이 이 사태를 계기로 동남아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면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중국 한한령 때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 미국으로 시장을 다변화해서
결국 더 커진 것처럼 말이다.
하나 더 봐야 할 것
설 연휴 직전에 진도군수라는 사람이
“베트남, 스리랑카 젊은 처녀들 수입해서 농촌 총각 장가보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게 동남아 네티즌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역시 한국은 우리를 사람 취급 안 한다”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공직자 한 명의 발언이 수천만 명의 감정에 불을 지른 거다.
내가 걱정하는 건 이런 식으로 정치인들이
자국 여론 의식해서 서로 강경 발언을 주고받다가
외교 문제로 번지는 시나리오다.
동남아 정부가 자국민 여론을 못 이겨 공식 항의라도 하면,
그때부터는 기업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리스크가 된다.
현재 한국 정부는 베트남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는 중이고,
아세안 전체와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런 온라인 갈등이 외교 테이블까지 올라가면
여러 모로 복잡해진다.
이건 결국 2~3개월짜리다, 그런데 이 흐름안에서도 방향이 있다
과거 비슷한 온라인 연대 사례들,
밀크티 동맹이든 노재팬이든,
대부분 격렬하게 타오르다가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었다.
이번 SEAbling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온라인 젊은 층 반응이지 동남아 전체 국민의 생각이 아니라는 점,
실제 소비에서 한국 제품의 품질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3개월 안에 최고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올 거다.
다만 그 3개월 안에
한국 기업이나 정부가 어떤 카드를 내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빠르게 사과 메시지를 내고,
현지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동남아 소비자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면
오히려 한국은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위기(危機)라는 글자에는 위험과 기회가 함께 들어 있다
한자 위기(危機)를 풀어쓰면
위험(危)과 기회(機)가 함께 들어 있다.
나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솔직히 불안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게 기회의 신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불매로 눌린 주가 속에 저가 매수 기회가 있고,
이 사태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 현지화를 더 진지하게 추진하면
장기적으로는 더 강한 시장 지위를 만들 수 있다.
나 개인적으로도
이 혼란의 파도 속에서 방향을 잡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원망하지 않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내가 잡을 수 있는 걸 잡는 것.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건 거창한 게 아니라,
남들이 겁먹고 뒷걸음질 칠 때
한 발 더 들여다보는 용기에서 시작된다고
나는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