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버리가 “2000년 닷컴 버블 직전이랑 똑같다”고 한 이유

“하루 종일 AI 얘기뿐이었다.” 이 한마디가 왜 경고인가

마이클 버리가 5월 8일 서브스택에 올린 글은 짧았다.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금융 라디오를 틀었는데, 온종일 AI 이야기만 나왔다고 했다. 다른 주제는 아무도 안 꺼냈다고.

이게 왜 무서운 소리인지는 2000년 3월을 기억하면 된다. 당시에도 TV를 틀면 인터넷, 닷컴, 이커머스 얘기뿐이었다. 택시기사가 야후 주식을 추천하고, 동네 미용실에서 아마존 얘기가 나왔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 뒤 나스닥은 고점을 찍었고, 이후 3년 동안 시가총액의 80%가 증발했다.

버리가 말한 건 단순한 감상이 아니었다. 시장을 움직이는 논리가 사라졌다는 진단이었다.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두 글자짜리 테마를 모두가 이해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가 직접 쓴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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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버리가 "2000년 닷컴 버블 직전이랑 똑같다"고 한 진짜 이유

경제 지표는 왜 갑자기 무시당하기 시작했나

원래 주식시장은 데이터에 반응한다. 고용이 늘면 오르고, 소비심리가 꺾이면 내린다. 그런데 지금은 그 연결고리가 끊겼다.

4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 S&P 500은 올랐다. 그 전주에 소비자 심리지수가 바닥을 쳤다.

그래도 S&P 500은 올랐다. 버리가 지적한 건 바로 이 부분이다. 좋은 뉴스가 나와도 오르고, 나쁜 뉴스가 나와도 오른다면, 그건 뉴스 때문에 오르는 게 아니다. 그냥 올라가고 있을 뿐이다.

닷컴 버블 때도 같은 현상이 있었다. 1999년 하반기,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보통이면 주가가 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스닥은 그해에만 86% 올랐다. 경제 논리가 아니라 군중의 확신이 시장을 끌고 있었던 거다.

분산투자, 매번 돈 잃는 구조를 바꾸는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방법 – 지금처럼 한쪽으로 쏠린 장에서 자산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65% 급등, 2000년 3월 9일과 겹치는 숫자

버리가 차트를 하나 올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줄여서 SOX라고 부르는 지수다. 엔비디아, TSMC, 인텔, 마이크론 같은 반도체 회사 30개가 들어가 있다.

이 지수가 올해 들어 65% 올랐다. 지난 25거래일만 놓고 보면 53.7% 상승했는데, 이건 2000년 3월 9일 이후 최대 기록이다. 2000년 3월 9일이 뭔 날이냐면, 나스닥이 역사적 고점을 찍기 하루 전이다. 그 뒤로 15년간 그 가격을 회복하지 못했다.

수치가 겹친다는 것 자체가 폭락의 증거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말이 가장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0년에도 사람들은 “인터넷은 혁명이니까 이번엔 다르다”고 했다. 인터넷은 진짜 혁명이 맞았다. 근데 주가는 80% 빠졌다. 기술이 진짜인 것과 주가가 적정한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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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에 9억 달러를 걸었나

버리는 말로만 경고한 게 아니다. 돈을 걸었다. 2025년 3분기 기준으로 팔란티어 풋옵션에 9억 1200만 달러, 엔비디아 풋옵션에 1억 8660만 달러를 넣었다.

풋옵션이란 건 “이 주식이 떨어질 거다”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80%를 AI 주식의 하락에 올인한 셈이다.

그리고 펀드를 청산했다.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의 문을 닫고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줬다. “나의 증권 가치 평가는 시장과 오랫동안 맞지 않았습니다. 감사하고, 또한 사과드립니다.” 이 편지를 보낸 게 2025년 10월이다.

2008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도 버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터질 거라고 확신했지만, 시장은 2년 넘게 올랐다. 투자자들은 난리가 났고, 펀드 환매 요청이 쏟아졌다. 버리는 환매를 막았고, 결국 맞았다. 이번에는 환매를 막지 않고 돈을 돌려줬다. 그리고 자기 돈으로만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팔란티어 풋옵션은 현재까지 35% 수익이다. 팔란티어 주가가 2025년 11월 207달러 고점에서 크게 빠졌기 때문이다. 버리는 팔란티어가 5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빅테크는 왜 장부에서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나

버리가 건드린 또 하나의 폭탄이 있다. 감가상각비 문제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당신이 식당을 하는데 2000만 원짜리 오븐을 샀다고 치자. 이 오븐의 수명이 5년이면 매년 400만 원씩 비용으로 잡는다.

그런데 갑자기 “이 오븐 10년은 쓸 수 있다”고 장부를 고치면 매년 비용이 200만 원으로 줄어든다. 매출은 똑같은데 비용이 줄었으니 이익이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오븐이 더 오래 쓸 수 있게 된 건 아니다.

지금 빅테크들이 하는 짓이 정확히 이거다. 엔비디아의 AI 칩은 2~3년 주기로 신형이 나온다. 기존 칩은 성능이 뒤처져서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메타, 오라클 같은 회사들이 이 장비의 사용 수명을 원래보다 길게 잡아서 감가상각비를 줄이고 있다.

버리의 계산에 따르면 이렇게 부풀려진 이익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약 1760억 달러에 달한다. 오라클은 실제 이익보다 27%, 메타는 21% 과대 계상됐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이게 닷컴 버블과 겹치는 지점이 또 있다. 2000년에도 매출 없는 회사들이 “미래 가치”를 근거로 주가를 올렸다. 지금은 매출은 있지만, 그 이익이 회계 트릭으로 뻥튀기된 거라면 본질은 같다.

인덱스 펀드가 시장을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버리가 오래전부터 경고해온 구조적 문제가 하나 더 있다. 패시브 투자, 즉 인덱스 펀드다.

S&P 500 인덱스 펀드에 돈을 넣으면 자동으로 시가총액이 큰 회사에 더 많이 투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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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오르면 인덱스 안에서 비중이 커지고, 비중이 커지면 더 많은 돈이 엔비디아로 흘러간다. 엔비디아가 올라서 돈이 들어가고, 돈이 들어가서 엔비디아가 오르는 순환이 생긴다.

이건 마치 놀이공원에서 회전목마 타는 것과 다르다. 눈덩이를 굴리는 거다. 커지면 커질수록 더 빨리 커진다. 문제는 방향이 바뀔 때다. 빠지기 시작하면 같은 구조가 반대로 작동한다. 비중이 줄면 팔아야 하고, 팔면 더 빠진다.

지금 S&P 500 상위 7개 빅테크의 비중이 지수 전체의 30%를 넘는다. 가격 발견 기능이 사라졌다는 게 버리의 주장이다. 사람들이 기업의 가치를 분석해서 사는 게 아니라, “인덱스에 들어 있으니까” 사고 있다는 뜻이다. 2000년에 “닷컴이니까” 사던 것과 구조가 같다.

금융주가 빠지고 있다는 건 무슨 신호인가

반도체가 미친 듯이 오르는 동안 조용히 빠지고 있는 섹터가 있다. 금융주다.

S&P 500 금융 섹터 ETF인 XLF는 올해 들어 5.9%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 500은 7.2% 올랐다. JP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 파고 모두 1분기 실적이 좋았는데도 주가는 빠졌다.

금융주가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에 머물면서 S&P 500은 신고가를 찍는 조합이 과거에 32번 있었다. 이 중 29번은 한 달 뒤 S&P 500이 하락했다.

닷컴 버블 때도 금융주가 먼저 빠졌다. 1999년 4월부터 금융주의 상대 성과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S&P 500이 고점을 찍은 건 그로부터 11개월 뒤였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주가 2007년 2월부터 흔들리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폭락은 8개월 뒤에 왔다.

금융주가 선행지표인 이유는 간단하다. 은행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은행주가 안 오른다는 건 “앞으로 돈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시장의 판단이 깔려 있다는 뜻이다.

코스피 7000, 한국은 괜찮은 건가

5월 6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 7000을 넘었다. 삼성전자가 하루에 10% 넘게 뛰고, SK하이닉스도 신고가를 찍었다. 외국인 자금이 반도체주로 쏟아져 들어온 결과다.

문제는 이 랠리의 엔진이 미국 AI 열풍과 완전히 같은 구조라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한국 증시가 오른 게 아니라 반도체 두 종목이 오른 거다. 나머지 종목들은 이 파티에 제대로 초대받지도 못했다.

만약 버리의 말대로 AI 버블이 터진다면, 한국 증시는 미국보다 더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외국인 자금은 들어올 때 빠르지만 나갈 때는 더 빠르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때 코스닥은 나스닥보다 더 처참했다. 액면가의 200배를 찍던 비상장 주식들이 휴지조각이 됐다.

폴 튜더 존스는 왜 “1~2년 더 간다”고 했나

버리만 경고하는 게 아니다. 헤지펀드 전설 폴 튜더 존스도 5월 7일 CNBC 인터뷰에서 “지금은 1999년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런데 존스의 결론은 버리와 좀 달랐다. “강세장이 1~2년 더 갈 수 있다”고 본 거다.

이게 더 무서운 말일 수 있다. 버블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직 안 터진다는 뜻이니까. 1999년에도 “이거 버블 아니냐”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버블을 일찍 피한 사람들은 1999년 86% 상승장을 통째로 놓쳤다. 맞았지만 너무 일찍 맞으면 틀린 것과 같았다. 버리 자신이 그걸 뼈저리게 경험한 사람이다.

존스는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300%를 넘어서면 “숨 막히는 조정”이 온다고 경고했다. 지금은 그 수치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서, 버리가 맞을까

솔직히 말하면 모른다. 버리는 2008년에 맞았지만, 그 이후로는 수차례 경고를 했고 시장은 올랐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그의 경고를 무시하고 주식을 산 사람이 더 돈을 벌었다. 나무위키에도 “투자 성적이 영 신통치 않다”고 적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는 몇 가지가 다르다.

  1. 돈을 걸었다. 말로만 한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의 80%를 숏에 넣었다.
  2. 팔란티어 숏이 실제로 35% 수익을 내고 있다.
  3. 감가상각비 트릭이라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했다.
  4. 폴 튜더 존스 같은 다른 거물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가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혹시 맞으면 어떡하지”라는 질문은 해봐야 한다. 2000년에도, 2008년에도, 경고를 무시한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돈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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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주식을 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내가 왜 이 주식을 들고 있는지, “올랐으니까”가 유일한 이유는 아닌지, 한 번은 물어봐야 할 타이밍이다.

Q&A

Q1. 마이클 버리가 닷컴 버블 직전과 같다고 한 핵심 근거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25거래일 상승률이 2000년 3월 나스닥 고점 직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경제 지표와 무관하게 AI 테마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구조가 당시와 동일하다는 점이다.

Q2. 버리의 팔란티어·엔비디아 숏 포지션 현황은?

2025년 3분기 기준 팔란티어 풋옵션 9억 1200만 달러, 엔비디아 풋옵션 1억 8660만 달러를 보유했고, 팔란티어 포지션은 현재 약 35% 수익 중이다.

Q3. 감가상각비 트릭이란 뭔가?

AI 장비의 실제 교체 주기는 2~3년인데, 빅테크들이 장부상 사용 수명을 더 길게 잡아 연간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부풀리는 회계 처리를 말한다. 2026~2028년간 약 176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Q4.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코스피 7000 돌파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의존한 구조라 AI 버블 붕괴 시 외국인 자금 이탈로 미국보다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Q5. 버리의 예측은 신뢰할 만한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는 정확히 맞았으나, 이후 여러 차례 약세장 경고가 빗나간 이력이 있다. 다만 이번에는 실제 대규모 베팅과 구체적 회계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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