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SPA 키즈 라인이 엄마들의 지갑을 여는 이유
고물가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도, 외식비도, 교육비도 전부 올랐다. 그런데 아이는 자란다.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혀야 하고, 한 철 입히면 사이즈가 안 맞는다.
그래서 엄마들이 움직인 곳이 SPA 브랜드다.
스파오, 탑텐, 유니클로 키즈 라인. 1만 원대 맨투맨, 2만 원대 파자마, 패밀리룩까지 한 번에 해결된다. 딸 옷 사러 갔다가 내 옷까지 담아오는 구조. 2026년 4월, 매일경제 기사에 등장한 40대 주부 A씨 이야기가 딱 그거다. “10대 딸 따라 갔다가 내가 샀어요.”

이건 단순한 쇼핑 이야기가 아니다. 고물가가 만든 소비 구조의 변화이고, 브랜드 전략의 전환이며, 우리 가계에 직접 닿는 돈 이야기다.
스파오 키즈 매출 2배, 파자마 14배, 2023년부터 2026년까지 SPA 키즈 성장 타임라인
스파오 패밀리 상품군 비중이 2020년 5%에서 2025년 30%까지 올라갔다. 5년 만에 6배. 키즈 라인 매출은 최근 2년간 2배 성장했고, 파자마 단일 품목은 2019년 연 10만 장에서 2024년 140만 장으로 14배 뛰었다.

탑텐도 마찬가지다. 2025년 텐텐데이 행사에서 키즈 매출이 전체의 27%를 차지했고,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점은 오픈 10일 만에 매출 1억을 찍었다. 2026년 3월에는 전지현을 앰버서더로 기용하면서 “좋은 옷의 기준”을 내세웠다.
유니클로는 2년 연속 매출 1조를 유지하고 있고, 무신사 스탠다드도 급성장 중이다.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 2023년, 고물가 본격화와 함께 SPA 브랜드 매출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 스파오 키즈 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170% 증가(2.7배). 뉴시스가 “프리미엄 아동복 뚫고 잘 나가네”라고 보도한다.
- 2024년 상반기, 스파오 키즈 매출 전년 대비 91% 상승. “어차피 한 철 입히는 건데”라는 엄마들의 인식이 기사 제목이 된다. 탑텐은 매출 9700억 원을 찍고 1조 돌파를 눈앞에 둔다.
- 2025년, 스파오 전체 매출 6000억 원 돌파. 파자마 누적 판매 1800만 장.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3.9% 증가한 2조 5311억 원. 탑텐은 매출 1조를 넘기며 전지현 발탁을 준비한다.
- 2026년 3월, 탑텐이 전지현과 26SS 캠페인을 공개한다. 스파오는 “온가족 SPA” 전략을 공식화하고, 매일경제가 “10대 딸 따라 갔다가 내가 샀어요”를 보도한다. SPA 브랜드가 단순 가성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중이라는 분석이 쏟아진다.
백화점 아동복 vs SPA 키즈, 연간 의류비 100만 원 차이가 내 가계부를 바꾼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옷 이야기가 아니라 돈 이야기다.
자산 포트폴리오에 닿는 부분부터 보자. 이랜드는 비상장이라 직접 투자가 어렵지만, 신성통상(탑텐 모회사)은 2025년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 바 있다.
SPA 관련 수혜주를 직접 매수하기보다는, 이 소비 트렌드가 유통 플랫폼(무신사, 쿠팡, 네이버 쇼핑)과 물류, OEM 제조사 쪽으로 퍼지는 흐름을 읽는 게 실질적이다.
생활비 관점에서 보면 더 직접적이다. 아이 한 명 사계절 옷을 백화점 아동복으로 맞추면 한 시즌에 50만 원 이상 나간다. SPA 키즈 라인으로 전환하면 같은 양을 15만 원 안쪽에서 해결할 수 있다.
연간으로 따지면 100만 원 넘게 차이가 난다. 거기에 패밀리룩으로 엄마 아빠 옷까지 해결하면, 의류비 전체가 절반 아래로 내려간다.
시간과 컨디션 측면도 있다. 대형 SPA 매장 한 곳에서 온 가족 옷을 한 번에 해결하면, 매장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시간이 줄어든다. 주말 오전 한 시간이면 끝난다. 그 시간에 운동을 하든, 아이와 놀아주든, 내 시간이 생긴다.
그린워싱 제재부터 전지현 발탁까지, SPA 키즈 시장의 갈등과 반전
여기서 갈등이 하나 있다.
2025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무신사, 신성통상, 이랜드월드, 자라 등 4개 SPA 브랜드에 “그린워싱” 기만 행위 제재를 내렸다. 친환경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그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이 있었다는 거다. “싸고 좋다”만 보고 달려가다가, 브랜드가 내세우는 가치가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경고음이었다.
반전도 있다. SPA가 싸구려 옷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전지현이 탑텐 앰버서더로 나서면서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편안하게 입었는데도 멋져 보이는 옷”이라는 메시지가 먹혔다.

레드벨벳 예리가 스파오 맨투맨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후 해당 제품이 빠르게 품절된 적도 있다. 배우 차예련은 남대문 키즈 실내복 매장에서 패밀리룩을 잔뜩 구매한 모습이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니까 이건, “가성비라서 부끄럽다”는 시대가 아니다. “가성비인데 이 정도면 오히려 영리하다”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MZ세대가 부모가 됐다, 스파오가 키즈와 패밀리에 올인한 숨은 이유
스파오가 갑자기 키즈와 패밀리에 올인한 건 우연이 아니다.
배후에는 인구 구조 변화가 있다. 2020년대 초반부터 MZ세대가 본격적으로 부모가 됐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SPA 브랜드를 입고 자란 세대다. 스파오, 유니클로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성인 SPA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유니클로, 자라, 탑텐, 스파오, 에잇세컨즈, 무신사 스탠다드까지. 레드오션이다. 여기서 새 먹거리를 찾으려면 키즈와 홈웨어로 확장하는 게 가장 리스크가 낮다. 기존 고객이 아이를 데리고 매장에 오면, 추가 구매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니까.
또 하나, IP(지식재산) 컬래버레이션이 결정적이었다. 산리오, 짱구, 포켓몬, 해리포터 같은 캐릭터를 파자마에 입히니까, 아이들이 먼저 “엄마 이거 사줘”라고 한다.
제니가 입은 벌룬핏 바지를 아이들이 “저것도 사줘”라고 한다는 기사도 나왔다. 구매 의사결정자는 엄마인데, 구매 요청자는 아이다. 이 구조를 SPA 브랜드가 정확히 파고들었다.
고물가 끝나도 이 소비습관은 안 돌아간다, 가설 3개로 검증한 트렌드 지속 가능성
ACH(경쟁가설분석) 방식으로 정리해본다.
- 가설 A는 “고물가가 풀리면 SPA 키즈 수요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반증 증거가 많다. 2019년 물가가 안정적이던 시기에도 SPA 키즈 매출은 이미 성장 중이었고, MZ 부모의 소비 습관은 물가와 무관하게 실용 중심으로 고착됐다. 이 가설은 약하다.
- 가설 B는 “SPA 키즈가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부분적으로 맞다. 하지만 골드키즈 트렌드(한 아이에게 집중 투자하는 소비)는 여전히 강해서, 프리미엄 아동복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구조다.
- 가설 C는 “SPA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 된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증거가 뒷받침된다. 스파오의 패밀리 상품군 30%, 파자마 14배 성장, 콜라보셀 연평균 30% 성장. 탑텐의 전지현 발탁과 “굿웨어” 전략. 단순히 옷을 파는 게 아니라, 가족의 일상을 설계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판단하자면, 가설 C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70%). 가설 B가 보조적으로 작동하고(25%), 가설 A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5%).
핵심 가정 점검 한 가지. “아이 옷은 빨리 커서 비싼 걸 살 필요 없다”는 인식이 깨지면 이 구조가 흔들린다. 하지만 이 인식은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다.
가성비가 부끄러운 시대는 끝났다, 지금 당신의 선택이 가장 영리하다
물가가 오르고, 아이는 자라고, 월급은 제자리인 현실은 바꿀 수 없다. 이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사실 속에서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스파오 매장에서 1만 원대 맨투맨을 고르면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엄마들. 탑텐에서 아이와 같은 색 카디건을 골라 입히면서 웃는 가족들. 파자마 하나에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고 좋아하는 아이의 얼굴.
가성비라는 단어가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게 지금 시대의 영리함이다. 아이에게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은 같은데, 방법이 달라진 것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정보를 찾고 있는 사람이다. 그 자체가 가장 좋은 선택의 시작이다.
Q&A
Q1. SPA 키즈 라인, 품질은 괜찮은 건가요?
솔직히 프리미엄 아동복과 원단 차이는 있다. 하지만 아이 옷은 한 시즌 입히면 사이즈가 안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탁 후 형태 유지나 봉제 마감은 최근 몇 년간 확연히 좋아졌고, 1만 원대에서 이 정도면 가성비로는 최선의 선택이다.
Q2. 스파오와 탑텐 키즈 중 어디가 더 나은가요?
스파오는 캐릭터 컬래버(산리오, 짱구, 포켓몬 등)가 강하고 파자마와 홈웨어 라인업이 탄탄하다. 탑텐은 베이직한 일상복과 기능성(발열내의, 쿨링 등)에서 강하다. 아이 취향에 따라 캐릭터를 좋아하면 스파오, 실용 기본템이면 탑텐으로 가면 된다.
Q3. 패밀리룩은 어디서 사는 게 가장 경제적인가요?
스파오가 패밀리 상품군을 전체의 30%까지 끌어올린 만큼, 한 매장에서 아이 옷과 부모 옷을 동시에 맞출 수 있는 선택지가 가장 넓다. 탑텐도 키즈부터 성인까지 동일 라인을 운영하고 있어서, 두 곳을 비교 방문하면 실패 없이 고를 수 있다.
Q4.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디서 사는 게 더 이득인가요?
파워위크나 텐텐데이 같은 시즌 세일 때 오프라인 매장이 할인 폭이 크다. 평상시에는 네이버 스파오 라운지 가입(무료) 후 온라인 구매하면 할인 쿠폰과 포인트 적립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급하지 않으면 세일 시즌을 노리는 게 확실히 이득이다.
Q5. 이 트렌드가 유지될까요,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인가요?
MZ세대가 부모 세대로 진입하면서 “합리적 소비가 영리한 소비”라는 인식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았다. 고물가가 풀리더라도 이 소비 습관이 되돌아갈 가능성은 낮다. SPA 브랜드들도 라이프스타일 확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어서, 이 흐름은 최소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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