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해지 러시, 1분기에만 10만 명이 사라졌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청약통장 해지는 약 91만 명. 같은 기간 새로 가입한 사람은 81만 3천 명. 딱 10만 명이 순증발했다. 2022년 3월 정점이었던 2852만 명에서 지금은 2605만 명. 4년 만에 247만 명이 빠졌다. 매달 월급 쪼개서 10만 원, 25만 원씩 넣던 사람들이 어느 날 해지 버튼을 누르고 돌아서고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이탈하는 사람 대부분이 5년, 10년, 15년 넘게 유지해온 장기 가입자라는 거다. 5년 이상 들고 있던 사람의 해지 건수만 봐도 2022년 10만 9천 명에서 2024년 27만 9천 명으로 2.5배 뛰었고, 올해 1분기에도 이미 5만 7천 명이 통장을 정리했다. “10년 넘게 부었는데 이걸로 뭘 할 수 있냐”는 이야기가 커뮤니티와 SNS를 돌아다닌다.
타임라인으로 보는 청약통장 이탈의 흐름
2022년까지만 해도 청약통장은 “일단 넣어두는 것”이었다. 집값이 오르건 내리건, 언젠가 쓸 날이 온다는 믿음이 있었다.
분위기가 바뀐 건 2023년부터다.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가점이 56.17점을 찍었다. 4인 가구 기준 만점이 69점인데, 평균이 56점이면 1~2인 가구는 사실상 게임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30대에서만 18만 9천 명이 순감했다.

2024년엔 가점 평균이 59.68점으로 올랐다. 분양가도 같이 올라서 서울 민간아파트 3.3제곱미터당 평균 분양가가 5천만 원을 넘겼다.
국민평형 전용 84제곱미터가 19억대, 전용 59제곱미터도 13억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청약에 당첨돼도 잔금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현실이 체감됐다.
2025년, 서울 평균 가점은 65.81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에서 시세 차익이 20~30억 원 나오니 고가점 통장이 몰리는 건 당연했다. “로또”라는 말이 진짜 로또가 돼버렸다.
그리고 2026년 4월 13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전용 44제곱미터. 방 2개에 욕실 1개, 약 13평짜리 소형에 최고 당첨 가점 79점이 나왔다.
79점이 뭐냐면, 무주택 15년 이상, 통장 가입 15년 이상, 부양가족 5명 이상. 6인 가구 기준 사실상 만점이다. 13평에 6명이 살아야 하는 집에 6인 가구 만점 통장이 몰린 거다.

가점 만점이어도 떨어지는 게임, 도대체 누가 당첨되는 건가
84점 만점인 청약 가점제에서 1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은 54점이다. 무주택 15년 만점, 통장 15년 만점을 다 채워도 부양가족 점수가 0점이라 54점이 한계다. 서울 평균 당첨 가점이 65.81점인 상황에서 54점은 참가비만 내는 셈이다.
전국 가구의 36.1%가 1인 가구고, 서울만 따지면 39.9%가 혼자 산다. 가장 많은 가구 형태가 제도적으로 가장 불리하다. “결혼 안 하면 집도 포기하라는 건가”라는 댓글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해지한 돈은 어디로 갔나, 주식 계좌 1억 개 시대
청약통장에서 빠진 돈의 행선지가 보인다. 금융투자협회 기준 올해 4월 16일 주식거래활동계좌가 1억 424만 개를 찍었다. 올해 초 9829만 개에서 넉 달 만에 600만 개가 늘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119조 원으로 연초 대비 31조 원(35.6%) 불었다.
10년 넘게 통장에 묶어놓고 연 3.1% 이자 받는 것과 그 돈으로 주식이나 ETF에 넣는 것, 어느 쪽이 나은지 계산기를 두드려본 사람들이 답을 내리기 시작한 거다. 한 커뮤니티에서 “청약통장 3.1%면 예금 매력 있다고? 주담대 금리가 7%인데 3.1%가 무슨 의미냐”라는 글에 공감이 쏟아졌다.
부분인출 법안이 나왔는데, 이게 해결책이 될 수 있나
4월 24일 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핵심은 청약통장을 통째로 깨지 않고 일부만 인출할 수 있게 하겠다는 거다. 인출한 금액만큼 가입 기간에서 빼고, 나중에 다시 넣으면 기간도 원복된다.
급한 돈이 필요할 때 15년 쌓은 가점을 몽땅 날리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근데 이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다. 가점이 아무리 높아도 서울 핵심지 분양가를 감당할 현금이 없으면 당첨돼도 계약을 못 한다.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2021년 말 49조 원에서 2025년 10월 기준 12조 2천억 원으로 75% 줄었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빠지면 이 기금 재원도 흔들린다.
그러면 지금 해지하는 게 맞는 건가, 유지하는 게 맞는 건가
이건 정답이 없다. 다만 판단 재료는 있다.
해지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있다. 10년, 15년 쌓은 가입 기간이 0으로 돌아간다. 다시 만들면 또 0년 차부터 시작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통장을 담보로 90%까지 대출이 가능하니 급전이 필요하면 해지 대신 담보대출을 쓰라”고 했다. 담보대출 금리는 연 4%대로 카드론 14~18%와는 비교가 안 된다.
반대로 유지해도 답이 안 보이는 사람이 있다. 1인 가구로 부양가족 점수가 0점이고, 서울이 아닌 지방에 살면서 분양 물량도 없는 지역이라면 15년을 더 넣어도 당첨과는 거리가 멀다. “청약통장이 내 집 마련 수단이 아니라 희망고문”이라는 한양대 이창무 교수의 말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결국 본인 상황에서 이 통장이 실제로 쓸 날이 있는지, 아니면 그 돈이 다른 곳에서 더 일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15년을 부었다는 사실 자체가 해지 못 하게 만드는 매몰비용의 함정일 수도 있고, 진짜 기회일 수도 있다. 그 판단은 각자의 숫자가 말해준다.
Q&A
Q1. 청약통장 해지하면 다시 가입해도 가점이 복구되나?
안 된다. 가입 기간과 납입 횟수 모두 0에서 다시 시작이다. 15년 쌓았어도 해지하면 끝이다.
Q2. 청약통장 담보대출은 누구나 받을 수 있나?
청약통장에 돈이 들어 있으면 거의 누구나 가능하다. 은행이 돈을 갖고 있으니 신용점수 영향이 거의 없고, 중도상환 수수료도 대부분 0원이다.
Q3. 1인 가구는 청약 당첨이 정말 불가능한가?
가점제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전용 85제곱미터 초과 면적은 추첨제가 적용되는 물량이 있어서, 추첨 쪽을 노려볼 수는 있다.
Q4. 부분인출 법안이 통과되면 뭐가 달라지나?
급전 필요할 때 통장 전체를 깨지 않고 일부만 빼 쓸 수 있다. 나중에 다시 넣으면 가입 기간도 복원된다. 다만 아직 국회 심의 단계다.
Q5. 청약통장 해지하고 주식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은가?
수익률만 보면 주식이 높을 수 있지만 원금 보장이 안 된다. 청약통장은 당첨 시 시세 차익이 수억에서 수십억까지 나올 수 있는 “기회 자산”이라 단순 수익률 비교만으로 판단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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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서울경제 – 로또인 줄 알고 15년 부었는데도 꽝, 청약통장 던지는 3040 – 이종욱 의원실 국토부 제출 자료 원문 기반 기사
- 매일경제 – 수백대 1 바늘구멍에 쥐꼬리 이자, 그 돈으로 주식하는게 – 청약 이탈과 주택도시기금 재원 위기를 다룬 심층 기사
- 더스쿠프 – 일단 집은 포기했다, 청약 떠난 돈 주식으로 몰린다 – 주식 계좌 1억 개 시대와 머니무브 분석
- 노컷뉴스 – 청약통장 깨지 마세요, 납입금 일부 인출 법 개정 추진 – 부분인출 주택법 개정안의 상세 내용
- 이투데이 – 13평에 6명이 산다, 오티에르 반포 청약 당첨 최고 79점 – 소형 평형에 고가점 통장이 몰리는 구조적 원인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