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피해지원금 형평성, 왜 매번 같은 싸움이 반복되는 걸까
고유가 피해지원금.
이름만 들으면 기름값 올라서 힘든 사람한테 돈 주는 거다.
근데 뚜껑을 열어보면 매번 똑같은 장면이 나온다. “나는 왜 못 받냐”, “기준이 말이 되냐”, “대기업은 빠지고 편의점만 웃는다.”
2008년 유가환급금 때도, 2020년 코로나 재난지원금 때도, 2021년 4차 재난지원금 때도 이 나라 사람들은 정확히 같은 문장으로 분노했다. 그리고 2026년 4월, 또 시작됐다.
기름값 때문에 주는 돈인데 주유소에서 못 쓴다고?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577만 명에게 1인당 1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까지 차등 지급하는 구조다(중앙일보, 2026.3.31).

총 사업비 6조 1,400억 원, 이 중 국비 4조 8,000억 원이 투입된다. 그런데 이 돈의 이름이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면서 정작 주유소 70% 이상에서 사용이 안 된다.
연매출 30억 원 초과 매장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이 제한되는데, 한국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이 기준을 통과하는 주유소가 전체의 30%도 안 된다(천지일보, 2026.4.14).
국회에서 천하람 원내대표가 “고유가 피해지원금인데 주유소에서 못 쓴다는 게 우스꽝스럽다”고 했는데, 솔직히 이건 웃기다 못해 허탈한 거다.
2008년에도 그랬고 2020년에도 그랬는데, 대체 뭐가 달라진 거야?
이 패턴은 한국 정부 지원금 역사에서 매번 복붙 수준으로 반복된다.
2008년 유가환급금 때는 경차 모는 서민이 대상에서 빠지고, 건설 일용직은 아예 제외됐다가 형평성 논란 끝에 뒤늦게 포함됐다(매일노동뉴스, 2008.7.2).
2020년 1차 긴급재난지원금은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줄을 세우다가 맞벌이와 홑벌이 간 형평성 공분이 터졌다. 2021년 4차 재난지원금 때는 “매출 있어도 적자인데 왜 나는 제외냐”는 자영업자 폭발이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갔다(동아일보, 2021.3.3).
공통점이 뭐냐면, 매번 “빠르게 뿌려야 한다”는 명분 아래 기준을 대충 그어놓고, 빠진 사람들이 들고일어나면 그때서야 “이의신청 받겠다”고 한다는 거다. 이번에도 똑같다.
재작년 소득으로 올해 지원 대상을 가른다고?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 형평성 논란의 핵심은 건보료 시차 문제다. 아시아경제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하위 70%를 가르는 건강보험료가 2024년 소득 기준으로 산출된 금액이다(아시아경제, 2026.4.17).
쉽게 말해서, 작년에 장사 망해서 소득이 반 토막 났어도 재작년 기준 건보료가 높으면 지원금을 못 받는다. 반대로 재작년에 소득이 낮았는데 지금은 잘 버는 사람이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때도 이 문제로 16만 8,252건의 이의신청이 쏟아졌고, 그중 79.2%가 구제됐다. 정부도 이 문제를 알고 있다. 알면서 또 같은 방식을 쓴다.
“행정적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복지부 관계자의 해명은, 달리 말하면 “어쩔 수 없다”는 뜻이다.
편의점은 3년 연속 웃고, 대형마트는 3년 연속 운다
수혜 구조도 매번 같다. 편의점은 이번에도 사용처에 포함된다. 지난해 소비쿠폰 첫 주에 CU 일매출이 전년 대비 9% 올랐고, GS25에서는 국탕찌개 매출이 337.6% 폭등했다(천지일보, 2026.4.14).
반면 대형마트는 전면 배제다. 지난해 3분기 이마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 빠졌고, 롯데마트 국내 영업이익은 93.8% 급감했다.
SSM 가맹점은 가맹 비율이 47~50%에 달하는데, 편의점과 달리 일괄 배제됐다. 자영업이나 다름없는 구조인데 간판이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한 번에 잘렸다.
이 구조를 가만히 보면, 정부가 정말 “고유가 피해”를 해소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다른 목표에 고유가라는 이름표만 붙인 건지 헷갈린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래는 예상이 된.
- 첫째, 이의신청 폭주다. 지난해 16만 건이었으니 이번에는 건보료 시차 문제와 소득 변동이 겹쳐 20만 건 이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 둘째, 지자체 재정 갈등이다. 지방 분담률이 지난해 10%에서 20%로 두 배 올랐다. 충남지사가 “빚 없는 추경이 실은 가불 추경”이라고 한 건 빈말이 아니다(천지일보, 2026.4.14).
- 셋째,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란 사태가 상반기 내내 이어지면 국제유가가 179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조선일보, 2026.3.24).
지금 리터당 1,992원인 휘발유가 2,500원을 넘기면 10만 원짜리 지원금은 한 달 기름값도 안 된다.
결국 이 문제의 본질은 단순하다.
위기가 올 때마다 정부는 “일단 뿌리자”고 하고, 국민은 “왜 나는 빠지냐”고 한다. 기준은 항상 허술하고, 불만은 항상 터진다.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구조가 안 바뀐다.
진짜 해야 할 질문은 “내가 받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왜 매번 같은 방식으로 돈을 뿌리고 같은 싸움을 반복하는가이다. 기름값은 국제 정세에 따라 언제든 또 오른다.
그때도 건보료로 줄 세우고, 주유소에서 못 쓰는 지원금을 나눠줄 건가. 이번이 마지막 기회는 아니겠지만, 이번에도 못 고치면 다음에도 못 고친다.
Q&A
Q1. 고유가 피해지원금 대상인지 어떻게 확인하나?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면 된다. 1인 가구 기준 월 소득 약 385만 원, 건보료 직장가입자 기준 약 13만 8,400원 이하가 커트라인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기준은 5월 중 발표 예정이다.
Q2. 지원금을 주유소에서 쓸 수 있나?
연매출 30억 원 이하 주유소에서만 가능하다. 전국 주유소 70% 이상이 이 기준을 초과해 사용이 제한된다. 인천시처럼 자체 캐시백으로 우회하는 지자체도 있으니 거주지 지자체 정책을 확인해야 한다.
Q3. 건보료 기준이 재작년 소득이라는데 이의신청이 되나?
된다. 5월 18일부터 7월 17일까지 국민신문고 또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지난해에도 이의신청 79.2%가 구제됐다.
Q4. 자영업자인데 매출이 줄었어도 건보료가 높으면 못 받나?
그렇다. 현행 건보료 체계상 2024년 소득 기준으로 산출된 보험료가 적용되기 때문에, 최근 소득 감소가 반영되지 않는다. 이 경우 이의신청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Q5. 이번 지원금 규모로 유가 부담이 실제로 해소되나?
수도권 소득 하위 70% 기준 1인당 10만 원이다. 현재 휘발유가 리터당 약 1,992원이니 50리터 기준 1회 주유비가 약 10만 원이다. 한 달 주유비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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